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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은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다

그래도 시간이 있다면 현재만 있을 뿐이다.

  • 입력 2021.01.30 11:54
  • 기자명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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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떤 수업을 해볼까? 평소 늘 학생들에게 강조하였던 '오늘과 지금'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그래 우선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아이들과 함께 감상하자. 그리고‘오늘과 지금’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들어 보자.”

아이들과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다.

조금 무거운 주제였지만 아이들은 ‘오늘과 지금’에 대하여 자기만의 의견을 제시할거라 확신하고 시작종이 울리기만을 기다렸다.

마침내 종이 땡땡땡 울렸다. 교실 문을 들어서면서 아이들과 눈을 맞추었다. 그런데 H양과 T군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들에게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수업이 마무리 될 즈음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듯 해 모른 척하고 “카르페 디엠(오늘에 살자, 지금을 즐겨라)"이라는 단어를 칠판에 썼다.

우리 오늘은 시간에 대하여 이야기해볼까? 흔히 시간하면 과거, 미래, 현재로 나누잖아. 그런데 말이야, 이게 맞는 말일까? 어떻게 생각하니? 그리고 그렇게 시간을 나눌 수 있다면 언제가 가장 중요할까?

교실이 갑자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시간을 3등분 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선생님은 왜 당연한 질문을 하느냐고 야단이었다.

일단 아이들의 질문을 긍정하고 곧바로 '죽은 시인의 사회'를 함께 감상하였다. 주목할 점은 키팅 선생님의 독특한 수업방법이었다.

그는 죽어있는 지식보다는 살아있는 지혜를 안내하였고, 내일보다는 지금을 꿈꾸는 삶을 툭툭 던지면서 학생들의 가슴을 강하게 두드렸기 때문이다.

키팅 선생님이 근무하는 학교는 두뇌 회전이 빠른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이곳은 성공에 목매며 경쟁에 길들여진 아이들과 가문의 명예를 빛내길 바라는 부모와 규율과 전통, 엘리트주의를 내세우는 학교가 하나가 되어 아이들의 삶을 세차게 강요하는 일명 명문학교였다.

키팅 선생님은 제자들에게 "카르페 디엠!"를 꺼내들며 파격적인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에게 죽은 지식을 담아 놓은 책의 일부분을 찍기를 강요하는장면은 많은 사람들을 당황하게 했다.

어찌되었든 키팅 선생님은 제자들에게 '디엠'과 '카르페'가 무엇인지 몸으로 가르쳐 주었다. 당연히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학생들은 새로운 삶을 설계하며 전통과 규율에 도전장을 내밀며 활기차게 학교생활을 했다.

불행하게도 카르페 디엠의 삶을 찾아가는 제자의 뜻밖의 죽음과 그로인하여 학교를 그만두게 되는 키팅 선생님 그리고 키팅 선생님의 가르침을 따르던 학생들이 그의 교육철학에 대한 장엄하게 지지를 선언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났다.

학생들에게 '오늘과 지금'에 대하여 그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자.

학생들은‘지금을 사는 삶’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H양 : 저는 지금이 정말 힘들어요.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죠. 학교에서는 공부만을 강요하고 집에서는 좋은 성적만을 원해요. 저는 꿈이 없습니다. 다만 부모님과 선생님의 꿈을 매일 꾸고 있는 거죠.

K군 : 저는 H양과 생각이 다릅니다. 저는 매일매일 행복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행복합니다. 저의 부모님은 공부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건강하게 생활하길 바랄 뿐입니다. 운동을 좋아하는 저는 매일 학교에서 공을 찹니다. 하루의 행복의 출발점이자 끝점이죠. 더 운동을 하고 싶으면 집에 가는 길에 친구들이랑 축구 더 하고 갑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커서 운동에 관련되는 일을 하고 싶어요.

T군 : 저는 지금을 살고 있지 못합니다. 성적은 좋은데 그냥 하루 하루를 다람쥐 쳇바퀴처럼 반복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꿈은 있습니다. 의사나 교사를 생각하고 있는데 마음에서 원하지는 않습니다. 부모님께서 간절히 원하기 때문이죠. 과연 제가 의사나 교사가 되면 행복할까요?

Q양 : 저는 키팅 선생님의 가르침에 동의합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 주위에 그런 선생님이 있었는가 생각해보았습니다. 많은 선생님을 만났지만 그렇게 삶을 안내해주신 선생님은 단 한명 뿐이었습니다. 그분은 늘 강조하셨죠. 현재만 있을 뿐, 과거와 미래는 없으니 항상 지금을 사랑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언젠가부터 없는 미래를 설계하기 보다는 지금 그리고 여기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비록 성적은 최상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독서나 풍물에 관심이 많아서 방과 후 시간에 틈틈이 배우고 있습니다. 그 시간이 매우 행복합니다.

P군 : 저는 키팅 선생님의 가르침에 반대합니다. 어떻게 미래를 디자인하지 않고 현재를 살 수 있습니까?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 저축해야죠.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 공부해야죠.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서 지금 대학입시만 생각해야죠. 부모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기 위해서 무조건 말씀에 복종해야죠.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크게 불편하지도 않거든요.

이렇듯 아이들은 ‘오늘과 지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했다. 나머지 아이들의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 듣기로 하고 일단 수업을 마무리했다.

종이 칠 무렵 H양과 T군의 얼굴을 다시 바라보았다. 처음보다는 많이 온화하게 보였다. 조금 전에 그들이 제시한 의견을 떠올려보니 어두웠던 얼굴 표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수업의 결론은 없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의미를 남겨 주고 싶어서 백묵으로 다음과 같이 칠판에 썼다.

마냥 순진무구한 H양과 T군은 과연 ‘오늘과 지금’을 앞으로 살 수 있을까?

"애들아, 선생님은 시간이라는 개념이 없다고 생각한단다. 과거도 미래도 현재도 없단다. 그래도 있다면 현재만 있을 뿐이란다. 지금 그리고 여기를 사랑하렴. 다음 시간에 만나자. 안녕.”

왠지 교무실을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했다. 마냥 순진무구한 H양과 T군은 과연‘오늘과 지금’을 앞으로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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