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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칼럼] 김춘수의 '꽃'처럼 산다는 것

길동아, 항상 삶은 처음이요 낯섦이며 새날이란다

  • 입력 2022.06.21 15:18
  • 기자명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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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는 곳마다 주인으로 산다면, 서 있는 곳은 진실이요 행복한 세상이다
▲ 있는 곳마다 주인으로 산다면, 서 있는 곳은 진실이요 행복한 세상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 와서 꽃이 되었다
                                                           - 김춘수, 꽃 -

없음은 있음을 낳는다. 그 있음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아이는 세상에 태어나면 운다. 낯선 세상과 처음 만났기 때문이다. 삶에서 오늘은 늘 낯섦이요 새날이다. 아이는 엄마 품을 떠나 이방인이 되었기에 두려움을 울음으로 표현한다.

100일이 지나면 아이의 울음은 조금씩 잦아진다. 밤과 낮을 구분할 수 있는 감각이 생겼기 때문이다. 우린 그날을 기려 아이에게 백일(百日)잔치를 베풀어 주며 건강을 기원한다.

"아가야, 건강하게 자라다오. 그리고 덧붙인다. 아가야, 오늘은 삶에서 늘 새날이란다."

아이는 그날 이후로 웃는 횟수가 늘고 우는 날짜는 줄어든다. 이렇게 아이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울음과 웃음으로 감정을 드러낸다. 그 아이는 머지않아 가정, 학교, 사회에서 지식과 삶의 양식을 익히면서 길을 걸어갈 것이다. 아이는 길동이라고 불릴 것이며 세상과 부딪히며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할 것이다.

장자는 재물편에서 '道行之而成(도행지이성) 物謂之而然(물위지이연)'을 말한다.

길은 걸어가야만 길이 생기고, 만물은 그렇게 불러주어야만 그렇게 되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즉 삶은 자신이 직접 걸어가면서 느끼고 맛보며 씹어야 삶의 길이 열림이요, 이름을 받아 그 이름에 맞게 살아야만 그 이름의 가치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시행착오는 그에게 날기 위한 날갯짓에 지나지 않다.
▲ 시행착오는 그에게 날기 위한 날갯짓에 지나지 않다.

경험(실행, 실천)은 무엇과 처음으로 마주하며 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그 경험에는 항상 두려움이 따르기에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 또한 경험이 가르쳐준 지혜이다. 그래서 길동은 경험과 두려움 그리고 용기를 벗하며 삶을 홀로 서야 한다.

길동은 길을 혼자 걸어가야 하고 이름에 맞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는 일정한 시점부터 부모님과 선생님을 버려야 한다. 정신적인 독립을 하라는 의미이다. 부모님이 아침에 깨우기 전에 먼저 일어나서 학교에 갈 준비를 하며, 선생님이 꾸짖기 전에 먼저 규칙을 지키며 배움을 가까이하는 것이다.

"길동아, 삶의 주인이 되어다오. 삶에서 오늘은 늘 낯섦이요 새날이란다. 특히 삶은 정답이 없단다. 늘 길을 걸어가거라 그리고 사색하라."

길동은 대학을 마치고 어느새 어른이라는 증표를 받았다. 그리고 평소 자신이 생각한 대로 삶을 그려 나가기 시작했다. 시행착오는 그에게 날기 위한 날갯짓에 지나지 않았다. 오늘 하루의 삶은 한 조각일 뿐이었다.

길동은 바람을 기록해 놓았던 메모장을 꺼냈다. 해외 배낭여행 떠나기, 일일근로자체험하기, 혼자 둘레길 걷기, 지리산 종주하기, 일년 책 백권 읽기 등등 적어 놓은 것을 하나씩 실행했다. 자아가 무엇을 했을 때 기쁨을 느끼고 무엇을 했을 때 힘겨워하는지를 알아갔다.

길동은 “삶은 다양한 체험을 통해서 여물며 익어가는 것이지, 학교나 어른들의 가르침에서 똑딱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중국 당나라 선승 임제선사는 어록 시중(示衆)편에서 “隨處作主(수처작주) 立處皆眞(입처개진)”를 말하였다.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삶의 주인이 되면, 서 있는 그 자리가 모두 진실(참)되다'는 의미이다. 즉 언제 어느 곳에 서 있던 늘 주체적이며 창의적인 주인공으로 산다면, 그 처한 자리가 최고의 진리요 참이며 행복한 세계라는 가르침이다.

우리 처음으로 돌아가 세상과의 첫 만남을 기억하자. 그리고 첫날의 울음을 떠올려 보자.

"항상 삶은 처음이요 낯섦이며 새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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