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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칼럼] 현대인이여! 오늘부터 빈둥빈둥 노는 연습도 하자

피로는 현대인의 절친
게으름은 특권이자 축복

  • 입력 2022.09.05 11:44
  • 수정 2022.09.05 12:24
  • 기자명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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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 습관이듯 노는 것도 습관이다.
▲행복도 습관이듯 노는 것도 습관이다.

어른들은 어린 아이들이 노는 것을 못마땅해 한다. 시간을 낭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는 아이의 하루는 바쁘기에 알차다. 알차다 못해 행복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논다는 것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몇 시까지 언제까지 그 무엇을 이루어낼 필요가 없다. 그냥 빈둥거리면 된다.

'빠빠라기'라는 책을 보면 주인공 투이아비가 우리에게 일과 놀이에 대하여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20세기 초 사모아의 어느 섬의 추장인 투이아비가 처음으로 유럽을 방문한 후 섬사람들에게 유럽인(빠빠라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여준다.

"배불리 먹고, 지붕을 만들어 머리를 가리고, 마을의 광장에서 축제를 즐기기 위해 신은 우리들에게 일하라고 한다. 하지만 왜 그 이상을 인간들은 일해야만 하는가? 빠빠라기는 이것에 대해서 솔직한 대답을 해주지도 않았으며 그들의 생각이 무엇인지도 들려주지 않았다."

투이아비의 '왜 그 이상의 일을 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겠는가? 우리 현대인 또한 이 질문에 답하기가 쉽지 않다. 아니 정직하게 말할 답이 없다.

우린 너나 할 것 없이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일을 한다. 그 곁에는 늘 경쟁이라는 그럴싸한 방법이 동원되고 합리성과 효율성이라는 친구 또한 보디가드처럼 달고 다닌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일의 가치를 과정에 두지 않고 목적에 두는 근대적 사고가 낳은 직선적인 질서 논리 때문이다.

우린 매일 일을 해야 하는 숙명을 타고 났는가? 그렇지 않다. 언제부턴가 그렇게 일만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그는 나름 일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열거했겠지만 그것은 일을 하게 만드는 억지 논리이다.

우린 논다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아니 너무 가볍게 취급한다. 논다는 것은 놀이요 휴식이며 피로를 놓아주는 행위이다. <게으름에 대한 철학>중에 나오는 '논다'는 의미를 잠시 음미해 보자. 

▲ 여백 있는 삶은 살자. 그 여백은 분명 선명한 그림을 돋보이게 하는 쉼이기 때문이다.
▲ 여백 있는 삶은 살자. 그 여백은 분명 선명한 그림을 돋보이게 하는 쉼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나는 소위 저개발국가로부터 잔잔히 파급되고 있는 사유의 뿌리에는 역시 '논다'는 것에 대한 철학 내지 소위 '쉰다'는 것에 대한 사유가 전제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스스로 처분해 버릴 수도 있는 자유를 확보해 두려는 것이다. 따라서 맨발로 걷도 싶으면 그냥 맨발로 걷자."라고 말한다.

그렇다. 우리 삶에서 이처럼 게으름에 대한 철학이 없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근면에 대한 철학은 넘쳐나는데 왜 게으름에 대한 철학은 없단 말인가? 그렇다면 근면해서, 쉼 없이 일만 해서 우리가 행복해졌는가? 겉보기에는 일이 우리에게 많은 물질적 혜택을 주고 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결국 모두 망가지다 못해 파멸로 향하고 있다. 일의 대가가 피로요 과로사라면 그래도 당신은 일만 해야한다고 주장하겠는가?

호주 출신 만화 작가 마이클 루닉은 피로에 대하여 '피로란 우리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럽고 강력하며 그리고 고귀한 감각이다'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그는 "그러니까 그대들, 고양이처럼 동그랗게 몸을 웅크리고 쉬도록 하라. 그리고 고귀한 피로에 몸을 맡기라"고 충고한다.

▲ 걷고 싶으면 걷고, 눕고 싶으면 눕고, 아무 생각 없이 경치를 바라보고 싶으면 그냥 바라보라.
▲ 걷고 싶으면 걷고, 눕고 싶으면 눕고, 아무 생각 없이 경치를 바라보고 싶으면 그냥 바라보라.

현대인의 가장 가까운 친구는 언제나 피로이다. 그리고 가장 먼 친구는 휴식이다.

피로와 휴식 사이에서 고민하는 당신이여! 당신은 동안 일한 시간만큼 게으름을 피워도 용서받을 수 있다. 그러니 걷고 싶으면 걷고, 눕고 싶으면 눕고, 아무 생각 없이 경치를 바라보고 싶으면 그냥 바라보라. 그 게으름은 그대가 있으니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며 축복이다.

현대인이여! 오늘부터 빈둥빈둥 노는 연습을 하자. 행복도 습관이듯 노는 것도 습관이다. 놀아본 사람만이 잘 놀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꼭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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