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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칼럼] 작은 꽃을 쳐다보려면 일부러 시간을 내야 한다

스피드 병에 중독된 현대인에게 고함
주객이 전도된 삶에서 벗어나야

  • 입력 2022.09.08 14:30
  • 수정 2022.09.08 14:31
  • 기자명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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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Take your time’의 삶을 살자.
▲오늘부터 ‘Take your time’의 삶을 살자.

나나오 사카키는 ‘별을 심자구나’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그럼
숫자를 버리고
시계를 버리고
내일을 버리고 

아키라여, 밭에 별을 심자구나

한 마디로 시간에 얽매이지 말자는 뜻이다. 그는 이 시를 통해 스피드 병에 걸린 현대인의 삶에 대하여 경종을 울리고자 했다.

현대인은 스피드병에 중독되었다. 빨리빨리 보다 더 빨리를 원하는 그 병이 바로 스피드 병이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자신만의 걸음을 걷지 못한 채 뭔가에 쫓기듯 살아가고 있다.

“아들아! 서둘러라, 딸아! 빨리 해라, 노동자여! 꾸물대지 마라”라는 표어는 한시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세상은 그렇게 표어를 앞세워 온통 생산과 돈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고 있으며, 우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시간의 노예가 되어 장밋빛 미래만을 노래하고 있다. 분명 시간을 들여 일을 했는데 생산과 돈이라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억울해할 뿐 아니라 분개까지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인 일은 하찮은 일이라고 말한다. 아니 쓸데없는 일이라고 치부한다. 이렇게 생산과 발전에만 온 시간을 쓰고 있으니 비생산이나 재생산은 정말 무가치한 삶의 영역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그 잡다하고 하찮은 일을 찾아보자. 오징어게임, PC게임, 산책, 영화 감상, 등산, 쇼핑, 운동, 독서, 담소, 명상, 여행, 휴가, 아이와 놀아주기, 가족끼리 식사 한 끼 등이 가치 없는 삶처럼 여기며 오직 일만을 강조하고 있으니 현대인의 피로는 쌓여만 갈 뿐이다.

▲ 삶에는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 삶에는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이런 삶이 바로 주객이 전도된 삶이다. 집도 있고 마당도 있으며 텃밭까지 있으면서 그곳에서 주인 행세를 하지 않고 또 다른 큰 집과 마당 그리고 텃밭을 찾아 나서기 위해 손님이 그곳에서 느긋하게 살고 있으니 현재의 삶을 내팽개친 우리는 누구란 말인가?

요즘 우리 사회에는 퇴직자가 넘쳐난다. 삶은 평생을 일만 했던 그들에게 지금부터는 조금 쉬어도 된다는 보너스의 시간을 준다. 하지만 많은 퇴직자가 그 특권의 시간을 지루해하며 따분해서 못 살겠다고 야단이다. 참 안타까운 모습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대부분 일만 했을 뿐, 놀아보거나 돈을 써본 경험이 많지 않은 세대이기에 그들에게서 일을 빼앗아 버린다는 것은 마치 달리는 자동차에서 휘발유를 빼버리는 격이다.

지금 60대 혹 70대 퇴직자가 시간이 많아서 고통스럽다는 아우성을 젊은 세대는 절대 반복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때문에 일한 만큼은 아니지만 고생한 자신에게 쉼과 놀이를 허락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설령 타인과 사회가 쉼을 허락하지 않더라도 자신만이라도 자아에서 멈춤의 시간을 주어야 한다. 결코 일벌레가 되어야 한다는 사회의 행태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해서는 안 된다.

생각해보자. 태초에 사람이 생겼을 때 배가 고파서 일을 시작했을까, 아니면 일을 하다 보니 배가 고팠을까? 쉬고 놀다가 배가 고프면 먹을 것을 찾아 나섰을 것이다. 그리고 배불리 먹었으면 놀면서 쉬었음을 쉽게 추론할 수 있다.

이처럼 놀이와 일은 해와 달처럼 밤낮을 이어주는 상생 관계이며 상보적 관계이다. 그랬던 놀이와 일의 관계가 갑자기 반전이 일어난다. 과학의 발달로 인한 산업화가 인간의 욕망에 불을 지폈다. 인간은 근대사회에 들어서면서 무한 질주를 시작했고 그 욕망을 채우려고 시간에 저항하며 자연의 순리를 따르지 않았다.

▲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지 말라. 삶은 시간을 들여서 만들어 가는 것이다.
▲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지 말라. 삶은 시간을 들여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우린 사회가 휘두르는 시간의 채찍에 내몰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즐길 수 있는 시간마저 빼앗기고 감옥에 갇힌 죄수와 같은 신세가 되어 나락의 끝으로 떨어졌다.

우린 멈춤과 쉼의 가치를 되찾아야 한다. 어떤 곳에 더 빨리 도착해야 하고, 더 빨리 다른 장소로 옮겨야 하는 이유를 이젠 분명하게 말을 해야 한다. 그 스피드 병 때문에 우린 멈추는 것에 대한 가치를 잊어버렸다. 화가 조지아 오키프의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무도 꽃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작은 꽃들을 쳐다보려면 일부러 시간을 내어야 한다. 그렇다, 누군가와 친구가 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삶에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만의 걸음대로 천천히 걸어가야 한다. 원래 삶이란 게 시간이 걸리는 것이고 시간을 들여야 마침내 한 생이 완성되는 것이다.

오늘부터 ‘Take your time’의 삶을 살자. 그리고 스스로 시간의 주인이 되어 자신만의 놀이를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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